영화천국의 지면 취지에 충실하게 2012년 보존기술센터의 한 해 사업을 소개한다. 보존기술센터의 사업은 스타 아이템인 디지털 심화복원을 제외하고 결과물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양한 윈도우를 통해 우리 영화가 다시 빛을 보기까지 깨알 같은 고민에서부터 굵직한 정책적인 판단을 거쳐 결실을 맺은 결과물들이 있음을 알리고 싶다. 혹여 새로운 영화를 소개하고픈 열망으로 가득 찬 영화제 프로그래머라면 이글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복원 vs 아날로그 광학 복원
우선, 올해의 디지털 심화복원 사업을 살펴보자. 이는 지난 2월 한국영상자료원 기자간담회 홍보용 자료에 이를 명시했지만, 아쉽게도 파주보존센터 건립과 구글 VOD 협력사업에 묻히어 전혀 기사화되지 않기도 했다. 이는 원본 필름의 훼손(스크래치, 화면 흔들림, 곰팡이 자국 등)이 심각한 영화를 선정해서 디지털로 복원하는 것으로 우리의 예산규모에 비해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는 중요 사업이다.
금년에는 고 박상호 감독의 대표작 <또순이(부제 : 행복의 탄생)>”(1963)를 선정하여 디지털로 복원할 계획이다. 우리원은 2003년도에 감독님으로부터 16mm 프린트를 기증받아 보존하고 있는데, 이 원본 필름 전반에 걸쳐 스크래치가 매우 많고, 사운드 또한 아주 불량한 상태이다. 우리는 이 필름을 디지털 장비로 스캐닝을 한 후에 더스트(먼지), 스크래치, 플리커(깜박임) 등을 제거하고, 색보정 작업을 거쳐 디지털로 복원할 예정이다. 동시에 필름 사운드도 노이즈 제거 등을 통해 함께 디지털 복원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아시아영화복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빨간 마후라>(1964, 신상옥) 디지털 심화복원도 부산국제영화제 등 관계기관이 협의 중에 있다.
다음으로 유일본 필름의 광학 복원 사업을 보자. 우선 필름 수축, 퍼포레이션 손상, 초산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유일본 릴리즈 프린트를 대상으로 듀프 네가티브와 활용용 프린트를 제작할 예정이다. 필름 세척(Cleaning)과 보수(Repair)를 실시하고, 광학 복원 과정에서 16mm 필름의 35mm 블로우업, 스크래치를 없애기 위해 웨트(Wet) 작업과 더불어 디지털 사운드 복원도 거친다. 광학 복원 사업의 대상은 작품성보다 복원의 시급성에 따라 결정되는데, 공교롭게 올해의 라인업이 아주 흥미롭다.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좀비물 공포영화인 <괴시>(1980, 강범구)를 비롯해서 애니메이션인 <로보트 태권브이 제3탄 수중특공대>(1977, 김청기/정태규)와 <떠돌이 까치>(1987, 조봉남), 전통 활극인 <쾌걸 흑두건>(1962, 장일호), 그리고 몇 해 전 녹슬어 가던 필름 캔에서 극적으로 발굴한 <흑룡강>(1965, 이만희)이 그 대상이다. 참고로 <쾌걸 흑두건>과 <흑룡강>은 디지털화도 완료해서 DCP로 이번 5월 복원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테크니스코프 복원과 우수 한국영화 디지털화
영화필름 한 프레임에 두 개의 화면을 넣었던 테크니스코프 필름은 우리 자료원이 2K급의 디지털 스캐너를 도입하면서 복원이 가능하게 되었고, 그 작업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올해에는 <공포의 숨소리>(1974, 박태원), <그건 너>(1974, 신성일), <낭자한>(1974, 박윤교), <소>(1974, 최하원), <아랑낭자전>(1974, 박윤교), <인왕산 호랑이>(1972, 장일호), <작은 새>(1974, 이두용), <청녀>(1974, 이만희), <해뜰날>(1976, 서윤모), <홍의 장군>(1973, 이두용)이 복원될 계획이다.
또 하나 소개할 프로젝트는 우수 한국영화 디지털화 사업이다. 올해는 <마부>(1961, 강대진), <산불>(1967, 김수용), <영자의 전성시대>(1975, 김호선), <이어도>(1977, 김기영), <겨울여자>(1977, 김호선), <꼬방동네 사람들>(1982, 배창호), <안개마을>(1982, 임권택)을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상영본 DCP를 만들어 공개할 계획이다.
기타 사업들
필름 아카이브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일로 보존용 마스터 필름 제작 사업이 있다. 이는 오리지널 네가필름이 점차 마멸/열화됨에 따라 마스터 필름에 그 영상을 옮겨 담아 보존용 사본을 만들어 두는 일이다. 우리원은 2005년부터 245편에 대해 흑백 마스터 필름을 제작해왔다. 이 필름들은 상영용 포맷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이 볼 수는 없지만, 보존부서 스태프가 필름 세척과 보수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이일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에는 <5인의 해병>을 비롯해 21편의 영화를 작업할 예정이며, 2014년에 드디어 흑백 마스터 필름 제작이 완료된다. 다음 타겟은 칼라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업무는 필름 보존관리 및 점검이다. 우리부서는 매일 매일 보존고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 관리하고 있고, 연간 1,600벌(Copies)의 보존 필름에 대한 정기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그 세부 업무는 필름 수축도 및 농도 측정, 캔 교체 및 코어 삽입, 리와인딩, 초산화 방지약품 투입 등과 같은 일이다.
그 외에 언급하려고 했던 비필름 보존사업에 대해서는 지면상 소개하지 못했지만, 올해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필름 복원/복사 결과물과 안정적인 필름의 보존관리를 위해 불철주야 뛰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