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18, 2012

Film Archiving in Digital Era

디지털 시대의 필름 아카이빙

필름 아카이브, 그 존재의 이유

영화는 예술작품으로서 그리고 사료적 텍스트로서 큰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를 수집ㆍ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필름 매체와 관련 자료들의 수집, 관리, 보존, 그리고 접근성 등의 일에 주안점으로 두는 조직을 필름 아카이브라고 한다.
19세기 말엽에 이르러 현 시대를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카메라를 통한 한 번의 기록으로 영구적인 기계적 재생산(Mechanical Reproduction)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동영상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연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었으며 필름 아카이브의 존재 이유는 이러한 자료를 수집ㆍ보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조르주 멜리에스(George Melies)의 영화는 예술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가능성을 제시한 시초였고, 10년 후에는 D.W.그리피스(D.W. Griffith)가 이를 증명하였다. 그리고 루이스 브뉘엘(Luis Bunel) 또는 잉그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의 작품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성취로 자리매김 하였다. 만일 영화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들을 반드시 보존해야 할 두 번째 이유가 된다.
세 번째 이유가 있는데, 영화에 기록된 모든 것이 예술이 아닐지라도, 모든 영화는 기록(Document)이 된다. 아주 열등한 영화라도 할지라도 그 시대의 중요한 사실을 보여주고,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대량으로 제작되는 영화는 경향, 취향, 필요, 정치적 상황을 측정하는 잣대가 된다. 그러므로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극영화도 역사의 순간을 창조해내는 우리 시대의 기록이 된다.
필름 아카이브의 목적은 수집되어야 할 영화의 평가나 선택에 있지 않고 모든 것을 보존하는 것이다. 또한 필름 아카이브는 영화만을 보존해서는 안 되고 영화로부터 나온, 영화에 관한 자료들(영화도서, 포스터, 대본, 대사, 타이틀 목록, 리뷰, 세트 구성도, 의상, 서류와 장비들)도 함께 수집해야 한다. 이들은 장차 영화 연구를 위해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름 아카이브의 4가지 직무
 
(1) 수집
초기의 필름 아카이브들은 열정적인 개인 수집가들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이들 아카이브들에 의해 대부분의 20세기의 영화 문화가 보존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필름이 소실되는 것을 막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무관심과 아카이브와 제작자/배급사간의 상반되는 이해 때문이었다.
필름 아카이브는 적극적인 수집 정책을 추구해야 하며,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의 보존을 지원하고, 문화적 책임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유도하고, 재정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아카이브들과 제작자들 간의 신뢰와 이해의 분위기를 만들어 자료들이 위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보존
필름 아카이브는 장기 보존을 위해 기술적 권고사항들에 부합하는 수장고(收藏庫) 환경을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3-5년 마다 필름을 되감아서 점검해야 하며, 초산화 현상, 곰팡이와 박테리아, 화학적 붕괴는 초기 단계에 발견되고 조치되어야 한다. 보존은 이상적인 수장고 환경에서부터, 간단한 기술적 점검, 고비용의 시간 소모적인 복원과 프린트 현상에 이르기 까지 오리지널 자료를 장기적으로 보존하는 업무를 일컫는다.
 
(3) 카탈로깅
카탈로깅 부서들은 컬렉션을 조정하고 아카이브의 재산을 등록함으로서 대여와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수집 정책, 보존, 프로그램 그리고 접근은 컬렉션의 지적인 통제 없이는 올바른 기능을 할 수 없다.
 
(4) 접근
공공 접근은 개인 연구, 조사, 영화와 방송제작 등을 위해 모든 잠재적인 이용자들에게 이루어져야 한다. 프로그래밍과 상영은 역사적으로 아카이브의 중요한 활동의 한 부분이었다. 또한 필름 아카이브는 역사 정리의 원천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재현, 설명, 교육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새로운 영화나 TV 프로덕션을 위한 재사용과 관객을 위한 고전 영화의 활성화를 위해서 사용된다.
 
이러한 네 가지 직무 중에 어느 한 직무를 강조하거나 소홀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불균형을 초래하며 효율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존ㆍ카탈로깅을 희생하고, 편성ㆍ상영ㆍ배급만을 강조하거나, 보존ㆍ카탈로깅 만을 강조하여 수집을 소홀히 하게 되면 빈약한 아카이브가 될 것이며, 또한 접근에 많은 제약을 하는 것은 외부의 시각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이렇듯 어느 하나의 직무를 소홀히 하거나 강조하면 단기적으로는 회복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카이브의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한국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 업무
(1) 영화 필름의 보존
영화 필름을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물질적인 본성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볼 때 영화 필름은 영상을 전달하는 에멀젼(Emulsion)이라는 감광유제층과 투명한 지지물 베이스(Base), 그리고 이들을 함께 묶는 바인더(Binder)로 되어 있다. 에멀젼은 변색되고, 바인더는 깨지지 쉬우며, 지지물인 베이스의 플라스틱은 부패할 수 있기 때문에 필름의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종류의 영화 필름은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랜다. 온도와 상대습도는 색을 바래게 하는 주된 이유이다.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서 퇴색의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돌이킬 수는 없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필름은 온도와 상대습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초산화 현상, 퇴색 등과 같은 문제를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조건 하에서 보관하여야 한다.
 
보존기술센터에서는 영화 필름이 수집되면 필름 점검을 통해 관련 정보들을 종합영상정보관리시스템(DB)에 등록하고, 폴리백 삽입, 필름 캔과 코어를 교체한 후에 보존고로 옮겨진다. 현재 필름 보존고는 총 6개실이 있고 보존용 필름은 온도 5'C / 상대습도 30% 공간에 보존되며 활용용 필름은 15'C 상대습도 30% 공간에 수장된다.

<필름 보존 처리>
 
필름 아카이브에서는 필름이 변질될 가능성에 대비해서 언제라도 복사할 수 있는 “프리 프린트”(Pre-Print)를 갖추는 것이 온전한 보존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프리 프린트라는 용어는 상영용 프린트를 만들 때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필름, 즉 듀플리케이티드 네거티브(Duplicated Negative) 또는 마스터 포지필름(Master Positive Film)을 일컫는다.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 또는 극장 개봉용 프린트만 있는 경우에는 보존을 위해 프리 프린트 필름을 만들어 보존하게 된다. 매년 보존기술센터에서는 약 20여 편의 흑백 또는 칼라 영화필름에 대해 보존용 사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즉, 아래에서 보듯이 오리지널 네거티브 혹은 극장 개봉용 프린트에서 <인터포지티브 or 마스터포지티브>와 <듀프 인터 네가티브>를 만드는 작업이다.

<영화 현상 작업 프로세스>
 
(2) 디지털 시네마의 보존
필름 방식의 영화를 대체할 디지털 시네마가 출현하였다. 일반적으로는 디지털 시네마란 필름 또는 디지털로 촬영된 영화가 디지털 작업 공정을 거쳐, 디지털 영사기로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필름을 디지털로 전환해 상영하는 방식과 촬영부터 상영까지 디지털로 일원화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디지털 시네마는 좁게는 필름 촬영에서 텔레시네, HD 마스터링, 디지털 송출 및 영사 과정을 거친 방식을 의미하고, 넓게는 촬영에서부터 최종 상영까지 전 과정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인터미디에이트 프로세스>
 
영화에서 디지털 시네마를 보존하기 위한 대상물은 일반적으로 디지털 마스터, 다중 디지털 사운드 트랙, 외국어 더빙 트랙, 그리고 여러 언어 자막을 포함한 텍스트 파일로 구성되어 있는 디지털 이미지 프레임들의 순서를 포함한다.
디지털 시네마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주요 스튜디오에서 조차도 새로운 디지털 자산들의 취급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아직까지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제작 업체의 책임자들, 후반업체, 그리고 스튜디오들은 확실한 계획 또는 방향 없이 일반적으로 가장 안전한 단기적인 접근방법을 택하고 있는데 이는 디지털 시네마 원본을 HDCAM-SR 테이프, 마그네틱 하드 드라이브, 그리고 LTO 데이터 테이프에 저장해서 저온의 건조한 장소의 선반에 보관하는 것이다.
현재 보존기술센터에서는 영화 1편에 대한 디지털소스마스터(DSM), 디지털시네마디스트리뷰션마스터(DCDM), 디지털시네마패키지(DCP), 사운드 트랙(Sound Track)을 스토리지, LTO 테이프 그리고 하드디스크에 3중으로 보존하고 있다.
10년 정도의 밖에 되지 않는 디지털 저장 매체의 짧은 보존연한, 필름 원본과 비교하여 4K 디지털 원본의 높은 보존비용을 감안한다면, 전통적인 필름 보존과 비교하여 비슷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디지털 보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필름 포맷과 같이 100년 이상의 오랜 수명을 지닌 디지털 원본 포맷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적절한 장기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면서 오늘날의 디지털 자산을 보존해야 할 것이다.
 
(3) 영화 필름의 디지털 복원
보존기술센터는 영화필름에 대해 디지털 복원을 매년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영화 후반작업의 디지털인터미디에이트(DI) 작업의 워크 플로우와 유사하게 진행한다. 다만, 디지털 필름 데이터는 오리지널 네가티브 원본, 사운드 필름과 같이 필름에서 스캐닝을 통해 획득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훼손된 영상과 사운드에 대해서는 디지털 복원(Digital Restoration)도 병행하게 되는데, 복원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화면과 사운드를 복원하는 과정을 거친다.
보존기술센터의 디지털 복원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우선 복원대상 필름(이미지 필름, 사운드 필름)을 보수(Repair), 세척(Cleaning)을 실시한다. 영상이 담긴 필름의 경우 Spirit 2K DataCine 필름 스캐너를 이용하고, 사운드가 담긴 필름은 텔레시네 장비를 통해 디지털화된 필름(DPX 파일)과 사운드 데이터(WAV 파일)를 획득한다. 이들 파일을 아비드(Avid)로 오프라인 편집을 한 후에, 베이스라이트 Ⅳ(Baselight Ⅳ)로 색보정 작업을 거치게 된다. 영상 복원은 디아망뜨(Diamant), 사운드 복원은 프로 툴(ProTools)을 통해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클립스터(Clipster)로 상영용 포맷인 디지털시네마패키지(DCP)와 HDCAM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 복원은 내부에서 작업하기도 하지만, 작업의 난이도 높고 인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주로 외주작업으로 매년 1-2편씩 진행을 하고 있다.
  
 
<디지털 복원 전후, 하녀(1961, 김기영)>

 
 
 
<디지털 복원 전후, 혈맥(1963, 김수용)>
 
디지털 복원은 2007년부터 이루어졌는데, 대표작을 간단히 언급하면 <열녀문>(1962, 신상옥), <미몽>(1936, 양주남), <하녀>(1960, 김기영), <연산군>(1961, 신상옥), <검은머리>(1964, 이만희),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 임권택), <혈맥>(1963, 김수용) 등이 있으며,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것이 1970년대 테크니스코프라는 특수 촬영방식으로 제작되어 상영할 수 없었던 영화를 디지털로 복원한 영화들이 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 그리고 필름 아카이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통적으로 필름은 오리지널 네거티브, 인터 포지티브, 인터 네가티브, 상영용 프린트의 형태로 생성되는데, 필름 아카이브는 이들을 보존하는 안정되고 검증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마스터링 과정이 촬영에서 배급까지 모든 프로세스에 도입되면서, 이제는 필름이 아닌 디지털의 형태로만 결과물(Born Digital)이 생성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디지털시네마의 도입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얼마 전에만 해도 한 편의 영화가 필름과 DCP의 형태로 동시에 배급이 되어 두 매체가 공존하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디지털시네마로만 제작되고 배급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필름 아카이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필름 아카이브들은 디지털시네마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보존 전략들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 매체는 물리 화학적(열, 습기, 정전기, 전자기장 등)으로 손상을 입기 쉽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노후화되어 영구 보존을 위한 도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FIAF(국제필름아카이브연맹) 컨퍼런스에 참석해 보면 각 아카이브들에서는 디지털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필름 아키비스트들(Film Archivists)은 이러한 상황을 빗대어 ‘디지털 드래곤 Digital Dragon’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왜냐하면 필름은 영상을 보존하기 위한 이상적인 도구임에도 디지털 시네마의 아카이빙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필름 아카이브의 입장에서는 이 매체가 영구적으로 영상을 담을 수 있는가? 라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영화필름은 적절히 보관을 한다면 수 백 년을 보존할 수 있으나, 주로 디지털시네마를 백업하고 있는 LTO 테이프의 경우 7-10년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는 경제성이다. 미국의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가 디지털시네마 아카이빙에 따른 비용을 따져 보았는데, 4K 디지털 원판을 보관하는 비용은 필름 원판을 보관하는 비용보다 1,100%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기에 필름 아카이브들의 ‘디지털 딜레마 Digital Dilemma’가 있는 것이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디지털시네마 아카이빙에 대한 연구, 수집 정책의 마련, 아카이빙을 위한 전략 수립, 관련 아카이빙 시스템을 구축했고, 현재에는 디지털시네마 파일을 수집하면 데이터 서버, LTO 테이프, 하드디스크에 각각 담아서 보존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로만 생성된 영화의 경우에는 안전한 보존을 위해서는 필름 레코더(Film Recorder)라는 장비를 이용해서 디지털시네마를 다시 필름으로 출력해서 보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는 한국영상자료원 뿐만 아니라 세계의 필름 아카이브들이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