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늬우스, 국방뉴스. 간드러지는 앵커의 목소리와 흑백화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기자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상인데 어떻게 ‘기억’하는 걸까. 1970~80년 대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 ‘애마부인’을 우리가 컴퓨터로 볼 수 있는 이유는? 디지털화다.
부산국제영화제 닷새 째인 10월 6일, 벡스코에서 ‘디지털 영화자료의 보존 및 접근에 대한 전략 과제들’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한국 대표로는 김봉영 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장, 이젬마 국가기록원 사무관이 참석했다. 그들이 이 자리에서 들려준 고민을 풀어내 본다.

김봉영 영상자료원 보존기술 센터장

김봉영 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장 “문제는 돈이다”

제작부터 배급, 상영까지, 한국영화 전 공정이 디지털화 됐다. 디지털비디오의 질도 좋아졌다. 사이즈는 2K(2560 x 1440)에서 4K(4096 x 2160)로 바뀌었다. UHD TV 4K(3840 x 2160) 제작도 한다. 영화 제작에서 2K가 4K로 바뀌면 용량이 4배씩 커지는 셈이다.
김봉영 센터장은 이런 상황을 ‘디지털 드래곤’이라 불렀다. 영상을 보존하는 일이 용을 길들이는 일만큼 까다로워졌다는 의미다. 영상을 디지털화화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지만 저장할 장소가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 비싸졌다.
“디지털 영화의 용량은 무한정 커져서 이를 보존하는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스토리지를 늘리고 데이터베이스를 탄탄히 구축하는 일은 기본이고요. 데이터 마이닝과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는 일도 해야합니다. 장기보존 솔루션이 있어야한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영상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기업형 스토리지는 굉장히 비싸다는 것이죠.”
상업영화 산업도 그렇지만 인디 영화산업의 사정은 더 어렵다. 만든 영화를 보존할 때 그렇게 큰 비용을 감당할 만한 재원이 부족하다. 토론에 참여한 밀턴 셰프터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과학기술위원회 위원에 따르면 미국도 같은 상황이다. 디지털 영화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폴리에스테르 필름으로 재녹음하면 2시간 짜리 영화 필름을 보존하는 데에 8만3000달러가 든다.
“결국은 재정적 한계에 봉착할 것입니다. 디지털 아카이빙에서 수익을 낼 수 있겠다고 인식한 회사가 나서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솔루션이 될 수 있겠죠.”

이젬마 국가기록원 사무관 “문제는 표준이다”

안전행정부 산하 공공기관 국가기록원에는 2만 개 정도의 영상 자료가 보존돼 있다. 이젬마 사무관은 방대한 자료의 관리자로서 원본을 디지털화 하는 기준을 필요로 했다. 원본의 속성값, 해상도나 비트(bit)의 심도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디지털로 추출해야 해서다. 어떤 환경에서라도 이 영상을 원본 그대로 재생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문서는 PDFA라는 표준 아크로뱃 포맷이 있습니다. 문서를 위해서는 보존용 포맷이 국제 표준으로 나와 있는 셈이죠. 영화 필름은 ISP 표준이 있고요. 디지털 영상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제 표준이 필요합니다.”
국가기록원에도 표준은 있다.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영화의 국외 유통이 많아지고 해외 영화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면서 국제적인 표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영상자료원의 ‘영화 필름 제출제도’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 포맷(DCP 형식만)으로 제출된 영화는 2009년 9편에서 2013년 147편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반면 필름 포맷 영화는 2011년 55편, 올해는 아직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디지털 영상의 저장 비용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영상자료원과 국가기록원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저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