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25, 2012

영화필름 제출제도, 그 성과를 돌아보며

2009-11-10

영화필름의 법적 납본제도는 국제영상자료원연맹(FIAF)에서 각 나라에 도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제도다. 영화 제작의 전통이 오래된 국가에서는 법적 또는 자발적 납본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제3세계 국가에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없어 수많은 필름이 아카이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재에도 매년 제작되고 있는 필름들이 소실되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음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영화의 의무납본제도가 1977년에 도입되었고, 초기에는 프랑스의 장편영화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이 1992년에 이르러 프랑스에 배급되는 모든 영화로 확대되었다. 프랑스의 문화유산법(Le Code du patrimoine)에 의하면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하고자 하는 영화는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 Centre National de la Cinematographie)에서 상영허가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상영허가증을 받은 영화는 모두 의무납본의 대상이 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이러한 의무납본제도가 시행되고 있지 않다. 일본의 필름 아카이브인 국립필름센터(National Film Center)의 관계자에 따르면, 법적 제도가 없기 때문에 영화 제작을 하는 스튜디오들로부터 자료를 수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2002년 국립필름센터에서 개최된 한국영화 행사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납본제도에 대해 질문하며 관심을 보였던 일본 관계자들은 우리의 법적 납본제도를 부러워하며 그 사례에 대해 조사해 갔지만 이를 제도화하기는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영화필름 제출제도는 1996년 영화진흥법에 의해 최초로 시행되었고 지금까지 13년째에 접어들었다. 그전에는 위탁 보관 혹은 기증의 형태로 매우 힘들게 수집되었던 영화필름이 의무적으로 한국영상자료원에 납본되는 혁신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체계적인 필름 아카이빙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당시 관련법에 의하면 영화필름 등을 제출한 자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국고에서 부담하게 되었다. 제출제도의 법제화와 함께 국고 보조를 받을 수 있는 근거도 함께 마련된 것이다. 1996년에 재단법인이었던 한국영상자료원의 예산은 주로 문예진흥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영화필름 제출제도의 시행과 함께 국고 보조를 받게 됨으로써 안정적인 재원 확보의 효과도 함께 거두었다.

2002년에는 수입 외화까지 제출 범위가 확대되었다. 하지만 주요 직배사에서는 외국의 본사에서 저작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영화필름이 상영관 수에 맞추어 국내에 수입되고 상영 후에는 전량 폐기된다는 이유를 들어, 동법의 시행에 난색을 표하면서 외화의 법적 납본은 실효성을 잃고 말았다. 결국 외화는 수입업자가 희망할 경우 제출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법 개정을 하면서 자율제출로 변경되었다.

이렇듯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영화필름 제출제도는 영화 및 비디오 진흥에 관한 법률 제35조(영화필름 등의 제출)에 의해 상영등급으로 분류될 경우 당해 영화의 원판 필름?디스크 등 또는 그 복사본과 대본을 한국영상자료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영화를 수입 또는 제작한 자도 원하는 경우 제출이 가능하며, 제출한 자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재원은 국고에서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13년간 시행된 영화필름 제출제도의 결과는 어떠할까? 아래의 2009년 9월자 연대별 그리고 연도별 통계를 살펴보면 놀랍게도 신규로 제작되는 영화의 거의 전량이 수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출제도는 현재 수집과 점검을 위한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만일 제출제도가 없었다면 제작사 및 배급사를 상대로 신작 필름의 기증·위탁 요청 및 협의를 위해 몇 배의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또한 그러한 노력에도 적지 않은 수의 필름을 수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비록 늦게나마 영화필름 제출제도가 시행되었지만 제작되고 있는 영화 모두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집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경우에는 일부만이 등급분류를 받은 후에 제출되고 있고, 등급분류를 면제받고 각종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많은 영화가 있다. 이들은 제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독립영화아카이브 사업의 일환으로 영화진흥기금을 받아 수집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재원의 안정성과 규모에선 국고에 비해 많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제출 대상의 범주를 벗어난 비주류 영화에 대해서도 우리의 현재와 역사를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 그리고 다가올 세대를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수집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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