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18, 2015

<오발탄> 복원 프로젝트 시동

한국영화 걸작 <오발탄> 디지털로 복원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 복원을 2007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벌써 9년째에 접어들었다. 첫 해에 <미몽>(1936), <시집가는 날>(1956), <열녀문>(1962)을 복원했고, 그 이듬해에는 세계영화재단(World Cinema Foundation)의 후원을 받아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를 복원하여 깐느 영화제에 출품하였다.
 
복원 초기에는 경험과 기술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훼손이 심한 작품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고충이 심했었다. 특히, <하녀>(1960)에는 일부 영어자막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를 디지털로 지우는 것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이후 <또순이>(1963), <자유만세>(1946)> 등을 복원하면서 색보정 과정에서 화면의 일정한 톤을 유지하는데 노력을 들였다. <빨간 마후라>(1964)에서는 다양한 화면비를 가진 필름 소스들을 다루면서 합성 과정도 도입하였다. <검사와 여선생>(1946) 디지털 복원판에는 16 프레임 속도를 재현해 냈을 뿐더러 마지막 변사인 신출 선생을 모시고 더빙버전도 만들어 낸바 있다. 이렇듯 매년 디지털 복원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디지털 복원 현황>
연도
디지털 복원작
2007
<미몽>(1936), <열녀문>(1962), <시집가는 날>(1956)
2008
<하녀>(1960),
2009
<연산군>(1961), <검은 머리>(1964),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
2010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 <만다라>(1981), <서울의 지붕밑>(1961)
2011
<혈맥>(1963)
2012
<또순이>(1963), <빨간 마후라>(1964)
2013
<자유만세>(1946), <검사와 여선생>(1948)
2014
<오발탄> 복원 중
 
한편, 복원작을 검토할 때마다 항상 복원 1순위에 있음에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작품이 있다. 바로 유현목 감독의 대표작인 <오발탄>(1960)이다. <오발탄>은 전후 사회의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절망하는 주인공을 통해 한국사회의 비판을 담은 리얼리즘 영화이다. 1961년 개봉 당시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1963년 제7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되었고, 이후 세대 영화인들에 의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재평가되었다.
 
<오발탄>의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은 유실되었으나, 1980년대 초에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되었던 35mm 필름을 찾아내었다. 하지만 수집한 프린트 필름에는 많은 상영으로 인한 스크래치, 더스트, 플리커, 퇴색, 그레인, 열화 등 훼손이 심했으며, 영화의 톤조차 들쭉날쭉하고, 특히 영어자막이 화면의 중간 즈음에 크게 새겨져 있었다.
 
그간 <오발탄>의 복원이 미루어 진 것은 “영어자막 제거작업”의 기술적 어려움과 많은 비용 때문이다. 과거에 <하녀>를 복원하면서 자막제거툴을 개발하고, 일일이 리터칭 작업을 했음에도 이미지 왜곡과 어른거림은 피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오발탄> 복원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발탄>의 영어자막 문제를 검토해보니 과거의 작업방식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비주얼 이팩트(Visual Effect) 기술을 이용하게 되면 복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되었다. VFX 방식의 문제는 장비와 인력이 장기간 투입되어야 된다는 점이다. 소요비용을 뽑아보니 디지털 심화 복원과 영문 자막 전체의 제거 작업에 3~4억 여원이 필요했다.
 
우선 <오발탄>의 복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지면서, 창립 4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오발탄>의 복원을 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걸림돌이었던 재원은 2-3개년으로 나누어 조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2011년에 깐느 영화제에서 상영된 조르주 멜리어스의 <달세계 여행> 복원판 같이 경우, 한편의 영화를 수년간 복원하는 사례도 많이 있기 때문에 한해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복원판을 내기로 하였다.
 
2014년 배정예산으로는 <오발탄>의 복원과 총 6권 중 1권 분량의 자막을 지우는 것이 가능했다. <오발탄>을 복원을 위해 기존에 같이 호흡을 맞추었던 컬러리스트, 복원 관계자들을 비롯해서 새로이 VFX 전문 인력들이 참여했다. 십여 차례 복원 결과물을 확인하고, 수정하고 하는 지난한 일들을 반복하였다.
 
디지털 화면/사운드 복원, 색보정 과정 등은 기존 방식으로 진행을 하였으며 영어자막 문제는 상업영화에서 VFX를 통해 쓰인 액션 와이어(Wire)를 제거하는 방법을 차용하였다. VFX 프로그램에는 클린 플레이트(Clean Plate)를 생성해내는 방법이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고정된 배경의 깨끗한 한 장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 이미지를 이용하여 배경 부분과 움직임이 많지 않은 인물의 신체 부위에 있는 자막을 지우고 카메라 움직임을 매치시켰다. 클린 플레이트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즉 움직임이 많은 배경의 사물이나 인물의 신체 부위에는 페인팅 기능을 이용해 한 프레임씩 자막을 지워 나가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디지털 복원 솔루션과 색보정 장비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일부 컷(화면 찢김과 비정상적인 울렁거림)들에 대해서도 VFX 기술을 접목하여 복원하였다.
 
그 결과 우리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며, 향후 VFX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확인하였다. 올해에도 <오발탄>의 복원은 계속될 것이고,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완성도 높은” <오발탄> 복원판을 곧 여러분에게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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