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18, 2013

Present Status of Digital Restoration in KOFA and Its Strategy


한국영상자료원의 디지털 복원 현황 및 전략
 
Ⅰ. 한국 고전영화의 디지털 복원의 시작
 
한국영상자료원의 디지털 복원 사업은 2007년에 시작하였다. 필름 인화시 웨트(Wet) 작업을 통해 스크래치(Scratch)와 더스트(Dust)를 제거하는 작업을 해왔지만, 아무래도 아날로그 복원 방식으로 보정하는데 한계가 있 당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을 다방면으로 찾고 있었다.
 
2006년에 국내 디지털 인터미디에이트(DI) 작업이 정착단계에 있었고, 마침 헐리우드필름레코더(HFR)에서 DI의 한 프로세스로서 전문 디지털 복원 장비인 디아망뜨(Diamants)와 엠티아이(MTI)를 도입하였다. 그 이유는 네가현상을 할 때 작업환경 등의 문제로 먼지와 같은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스크래치가 나는 경우가 있고, DI 작업처에서는 손상된 네가필름을 스캔해서 작업을 해야 되니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네가 컷팅, 촬영시에도 돌발적인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도 문제였다. 이러한 상업영화의 디지털 복원은 2004년경부터 이루어졌지만 보다 효율적인 DI 서비스를 위해 영상 복원을 위한 전문 장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DI 작업처의 복원 장비의 도입과 함께 고전영화의 디지털 복원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2006년에 HFR과 함께 고전영화 필름에 대한 디지털 복원 테스트를 진행했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우리 자료원이 대만에서 수집한 <열녀문>(1962)의 상영을 위해서 영상과 사운드 일부를 디지털로 복원했다.
 
그 이듬해인 2007년도에 비로서 한국영상자료원은 HFR과 함께 복원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필름이었던 <미몽>(1936), <시집가는 날>(1956),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부 복원했던 <열녀문>(1962)에 대한 디지털 복원을 추진하였다.
 
특히,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하녀>(1960)는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이 주도하는 세계영화재단(World Cinema Foundation)에서 복원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 자료원이 WCF에서 비용을 지원받아 디지털로 복원하여 깐느 영화제에 출품하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하녀>(1960)에는 2권 분량이 손으로 그려진 영어자막이 있었는데 이를 디지털로 지우는 것을 처음으로 시도했다는 점이다. 사운드 품질과 싱크 문제, 색보정에 있어 명암의 수준, 스캔 시에 나타나는 수평 라인들, 자막제거에 따른 이미지 왜곡 등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복원작업은 품질 관리에 있어 기준과 경험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Ⅱ. 디지털 복원 장비의 도입과 운영
 
외주에 의존하던 디지털 복원사업은 우리 자료원이 디지털 복원장비들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자체작업도 가능하게 되었다. 2007년도에 2K급의 필름 스캐너(Spirit 2K DataCine)를 도입하였고, 이를 계기로 35mm/16mm 네가, 마스터, 프린트 필름의 디지털화 및 테크니스코프 필름에 대한 복원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2009년에는 문화콘텐츠산업 기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훼손된 영상의 디지털 복원 솔루션 개발>에 참여하면서 영상 복원장비인 디아망뜨(Diamants)를 비롯해 사운드 복원장비인 프로툴스(Protools)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디지털 복원 사업을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2009년에는 베이스 라이트(Baselight Ⅳ) 색보정기를 추가로 도입함에 따라 영화필름의 디지털화, 복원, 색재현 작업까지 일관된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DI 및 복원 시스템 구성>
구 분
사 양
용도
디지털 스캐닝
Spirit 2K
URSA Telecine
영상 스캔
사운드 픽업
편집
Avid Symphony Nitris
영상 편집
디지털 복원
Diamant
Protools
영상 복원
사운드 복원
디지털색재현
(Color Grading)
Baselight Ⅳ
디지털색재현 제어
Storage
DVS SAN
DPX Data 저장용
마스터링
(DCP)
DVS Clipster
DCP 마스터링 제작
BARCO DLP Projector
DCP 마스터링 확인용
Dolby Player
DCP 마스터링 재생 및 확인용
마스터링
(HDCAM)
Avid Symphony Nitris
HDCAM 마스터링 제작
HDW-M2000
HDCAM 마스터링 제작 및 확인용
 
Ⅲ. 한국영상자료원의 디지털 복원 전략
 
한국영상자료원 디지털 복원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상정하고 있다. 첫 번째는 외주에 의한 디지털 복원과 두 번째는 자체적인 디지털 복원이다. 여기에 또 하나를 추가한다면,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의 추진이 될 수 있다.
 
외주 복원은 다시 디지털 심화복원과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 자료원이 대상 필름(이미지 필름, 사운드 필름)을 보수(Repair), 세척(Cleaning), 필름 스캔(Film Scan)을 실시하고, 이후의 색보정과 영상복원은 외주의 형태로 진행하면서 품질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1) 외주 디지털 복원
 
디지털 심화복원은 연간 1-2편 내외로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정상적인 관람이 어려운 상태를 가진 우수 한국영화를 프레임 단위로 복원하는 것이다.
 
<디지털 심화복원>은 대상작 선정에 있어서도 주요한 고려사항들이 있다. 우선, 많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연간 1편 정도만 디지털 복원을 수행할 수 있는 점이 감안된다. 이는 디지털 복원의 결과물이 대외적으로 한국영상자료원의 대표적인 성과로서 나타나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따라서 작품성, 대중성 그리고 충분한 영화사적 가치를 가진 영화가 그 대상이 되는데,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이 주요한 참고가 된다. 또 하나는 물리적인 훼손도이다. 다시 말해 필름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정상적인 관람이 어려운 경우가 해당된다. 기타 고려 사항들은 필름의 디지털 복원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인가? 디지털로 복원된 이후의 활용도는 어떠한가? 등이 있다.
 
대상작이 선정되고 나면 외부의 디지털 복원업체와 함께 훼손의 정도를 분석하고, 일정한 품질 기준을 세워 프레임별 복원을 진행한다. 원본 영상의 왜곡을 최소화하면서 스크치, 더스트, 플리커, 퇴색, 그레인, 열화, 비정상적인 자막가림 등 다양한 종류의 손상을 디지털로 복원 하는 것이다.
 
<디지털 심화복원작>
연도
복원작
2007
<미몽>(1936), <열녀문>(1962), <시집가는 날>(1956)
2008
<하녀>(1960),
2009
<연산군>(1961), <검은 머리>(1964),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
2010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 <만다라>(1981), <서울의 지붕밑>(1961)
2011
<혈맥>(1963)
2012
<또순이>(1963), <빨간 마후라>(1964)
 
 
디지털 리마스터링은 우수 한국영화를 디지털화하는 사업으로 프레임 단위의 복원을 거치지 않고, 네가필름을 스캔하고 DI 작업을 거쳐 상영을 위한 DCP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전에는 상영을 위한 프린트가 없거나, 상태가 나쁜 프린트에 대해서 35mm 프린트를 새로 만들어 시네마테크 영화관에서 상영해 왔다. 2011년부터는 이를 DCP로 만드는 사업으로 대체한 것이다.
 
대상작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심화복원 선정 기준을 따라고 있지만, 필름의 상태가 매우 나쁘지는 않으나 활용성이 높은 영화들을 그 대상으로 한다. 즉, 시네마테크 프로그램 상영, 영화제 상영 등 대내외적으로 활용 수요가 많은 경우, 그리고 한국영상자료원의 DVD 출시 등이 예정되어 있어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
 
DI 작업을 통해 퇴색한 필름의 색을 보강함으로써 색재현을 할 수 있고, 사운드 복원도 거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우수한 품질의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영화감독 또는 촬영감독과 함께 자문시사를 통해 정확한 색보정 작업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했다. 매년 10편 내외에서 디지털 마스터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투입예산과 기간대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우수 한국영화 디지털화>
연도
복원작
2011
맨발의 청춘(1964), 화녀(1971), 족보(1978), 바람불어 좋은날(1980), 짝코(1980), 고래사냥(1984),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개벽(1991), 첫사랑(1993),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왕십리(1976), 개 같은 날의 오후(1995)
2012
마부(1961), 산불(1967), 영자의 전성시대(1975), 이어도(1977), 겨울여자(1977), 꼬방동네 사람들(1982), 안개마을(1982)
 
(2) 자체 디지털 복원
 
전술한 것처럼 우리 자료원은 디지털 복원을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 장비들로 필름 스캔, 사운드 픽업, 편집, 복원, 색보정, DCP 제작까지 디지털 복원을 위한 전과정을 자체적으로도 진행하고 있다.
 
자체 디지털 복원 중 가장 중요한 성과는 특수필름인 테크니스코프 필름의 복원과 공개상영이다. 이만희 감독의 <삼각의 함정>(1974)을 비롯해서 매년 10편 남짓한 테크니스코프 필름들을 복원하여 공개하고 있다.
 
또한 필름 전체가 아니라, 일부 손상이 있는 필름에 대해서는 프레임별 심화복원을 내부인력과 장비로 진행하고 있으며, 디지털 마스터링도 연간 5편 정도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임권택 전작전을 위해 <만다라>(1981) 932ft 분량을 심화 복원했으며, 김수용 감독 DVD 박스세트 출시를 위해 <야행>(1977), 갯마을(1965), <안개>(1967)에 대해 기초 복원을 실시했다.
 
이러한 경험은 복원 기술 테스트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외주 사업의 품질관리에 있어 지식을 쌓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디지털 복원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3) 디지털 복원을 위한 대외 협력 프로젝트
 
한국영상자료원의 재원으로만 디지털 복원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외부 기관들과 복원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여 그 성과를 나누어 갖는 협력 사업이 요구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오래된 역사를 가진 제작/배급사가 아직도 있는 경우에는 아카이브와 스튜디오가 함께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한국은 대부분의 제작사가 없어졌기 때문에 디지털 복원 사업에 관심이 있는 기관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8년도에 WCF와 함께 한 <하녀>(1960)를 비롯해서, 2009년과 2010년에는 부산영상위원회, 부산국제영화제와 <검은 머리>(1964)와 <서울의 지붕밑>(1961)을 복원한 바 있다. 올해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동서대학교, AZ Works와 함께 민․관․학이 함께 하는 아시아복원협의회를 꾸려 매년 한국고전영화를 디지털 복원하기로 하였는데 이번에 그 결과물인 <빨간 마후라>(1964)를 내놓게 되었다.
 
무엇보다 디지털 심화복원작의 편수 확대는 국내의 복원 산업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외부 협력을 통한 사업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Ⅳ. 맺음말
 
한국영상자료원의 디지털 복원 현황과 그 전략을 소개해 보았다. 우리 자료원은 여러모로 아쉬운 조건 속에서 디지털 복원의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고 결과물을 꾸준히 내어 놓고 있다. 한국 고전영화의 디지털 복원은 영상 자료의 안전한 보존과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한 활용에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제대로 된 복원 결과물을 위해서는 그 디지털 복원 이전에 필름에 대한 아날로그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2015년에는 파주보존기술센터의 완공과 함께 아날로그 복원을 위한 현상소를 구축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몇 년 후가 되면 인화 현상시설과 미진한 디지털 복원 시스템을 보완하여 최고 품질의 필름 복원을 수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13 Year Plan of Film Conservation in KOFA


<2013년 보존기술센터의 고민과 계획>
- 미래의 청사진을 마련할 첫 걸음 -
 
매년 연간 계획을 수립할 때 마다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하고자 하는 욕심에 비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그 안에서만 사업을 계획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중에서도 산업진흥 기관이 아닌 공공 필름 아카이브에서야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사업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제한된 여건 속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우선 2012년도를 되돌아보면 계획에 따라 좋은 성과를 냈던 사업도 있었고, 반면 아쉬웠던 사업도 있었다. 전년도 성과의 경우 여기저기에서 이야기했으니 접어두고 아쉬웠던 부분을 살펴보자.
 
디지털 심화복원과 우수영화 디지털화 사업의 결과물이 더 나아질 수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디지털 복원의 경우, 필름의 훼손 양태에 따라 다양한 조합의 복원툴을 적용해야 하는 어려움과 필름 스캐닝, 디지털 클리닝, 색보정, 출력까지 단계별로 확인해야 하는 사항들이 많은데 충분한 테스트를 거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 등도 있었다. 필름과 비필름의 보존처리에 있어서도 단기 인력을 더 투입할 수 있다면 밀려 있 많은 자료들을 후련하고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2013년도의 사업을 대략 조망해보면 전년도와 비교해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유일본 광학 복원, 디지털화 및 디지털 복원, 그리고 필름, 비필름 및 비디오물의 보존관리이다. 그리고 운영 인력과 예산은 변함이 없지만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개선점을 찾고, 효율성을 높이는 등 변주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우선 큰 줄기 사업부터 보자. 디지털 심화복원은 <자유만세>(1946)와 무성영화인 <검사와 여선생>(1948) 이렇게 2편을 예정하고 있다. 이들 모두 관람이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훼손되어 디지털 복원이 시급한 작품들이다. 현재 <검사와 여선생>의 필름에 대한 디지털 스캔을 진행 중인데 벌써 많은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화 대상작은 우수 한국영화인 <미워도 다시 한 번>(1968, 1969, 1970) 시리즈,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 <바보선언>(1983),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바보들의 행진>(1975), <장군의 수염>(1968) 등을 비롯해서 총 20편을 예정하고 있다. 색보정 작업에는 전년도와 같이 영화감독촬영감독의 참여 하에 보다 원본에 가까운 품질의 디지털 상영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필름의 영구 보존을 위해 매년 실시하고 있는 유일본 필름 복원과 마스터 필름 복사 작업은 뜻밖의 암초에 부딪쳤다. 올해부터 재료비의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제작 편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유일본 필름 복원은 <15소년 우주 표류기>(1980)와 <개구장이 천사들>(1980)을 진행하고, 보존용 흑백 마스터 작업은 <골목안 풍경>(1962) 등 17편을 제작할 계획으로 있다. 어쨌든 수 년 내에는 전체 흑백 필름에 대한 보존용 마스터 제작을 완료할 목표로 진행 중이고, 다음으로 보존용 칼라 마스터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다음은 보유 자료에 대한 보존 관리이다. 보존고 환경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보유 자료를 적절히 점검 관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점검은 추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기존에 관리방식을 재검토 하여 실효적인 점검 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필름 점검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자료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으며, 대략 상당기간 동안 점검 기록이 없던 한국영화 네가필름 일차적인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들 필름에 대해 상태 점검 및 되감기 작업을 연차별로 시행하려는 복안을 세웠다. 현 상황으로는 추진에 많은 무리가 있지만 인력이 없다고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도에 비필름과 비디오의 보존관리를 위해 목록화, 재배가, 보존처리 방법들을 연구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약 30,000점 이상의 많은 자료에 대한 목록화와 보존처리가 완료되었고, 데이터베이스 검색 결과가 충실해짐에 따라 보유자료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영상자료원의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자료 현황의 포맷도 십 년 만에 바꾸었다.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보존-자료현황에서 볼 수 있듯이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자료 구분을 세분화하였고, 더욱 신뢰성이 높은 통계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비필름 자료의 경우 문헌 자료 전체에 대한 실사, 재배가, 목록화, 보존처리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전년도에 어느 정도 실사가 완료된 비디오물에 대해서는 상태 점검 등 그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문헌정보학과 등에서 특수 자료의 아카이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를 반영하여 관련학과 학점 인정 등 실습 과정도 시범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외에도 우리는 몇 년 후를 내다보고 우리의 모습에 대해 연구하고, 그림을 그리고, 준비하려고 한다. 우선 2015년 파주로 옮기게 될 보존기술센터는 어떠해야 하는가? 그리고 단기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이다.
 
전년도에 각 공간별 설계 조건들을 마련했고, 올해부터는 각종 자료에 대한 이전 준비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필름 아카이브의 기본 목적인 자료의 보존복원을 위해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상하려고 한다. 영구보존을 위한 현상인화 시설과 디지털화 및 복원을 위한 장비를 갖추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현상인화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고, 디지털 복원 시스템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에 대한 자체 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다.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뚜벅뚜벅 큰 걸음을 걸어가려고 한다.

Dangerous Liaisons, 2012 ★★★★☆


Friday, December 21, 2012

Film Restoration - The Behind Story


- 또순이와 빨간마후라 -
 
올해의 영화 복원 사업을 돌이켜 보니 여러 가지 난관들을 거쳐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 <또순이>와 <빨간 마후라>를 복원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의 또순, <또순이>부터 시작해 보자. 디지털 심화복원 대상작박상호 감독의 1963년작 <또순이(부제 : 행복의 탄생)>였다. 또순이는 부유한 운수회사의 여식이지만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억척스럽게 돈을 모아 사업을 시작하고 좋은 신랑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1960년 초의 판자촌, 재래시장, 버스종점 등을 배경으로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서민들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이 영화는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어 박상호 감독의 연출력과 이름을 알릴 수 있었고, 또순이의 역할을 맡았던 도금봉은 억척스럽고 생활력이 강한 함경도 여자로 열연하여 제10회 아시아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필름이 유실된 것으로 알았던 이 영화는 2003년도 5월에 박상호 감독이 직접 16mm 프린트를 기증하면서 한국영상자료원이 필름을 소장하게 되었다. 오래전에 제작된 영화라고 할지라도 오리지널 네가필름을 수집하는 경우에는 보통 그 상태가 양호한 편이지만, 일반적으로 포지티브 프린트, 그중에서 16mm 필름을 수집하는 경우에는 상태가 매우 좋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순이>의 경우도 그랬다. 디지털 복원을 하기 위해 필름을 확인했더니 우려했던 모든 종류의 훼손(스크래치, 더스트, 플리커, 프레임 소실 등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욱이 화질과 색을 담고 있는 정보가 낮은 16mm 필름을 원본으로 하여 디지털로 복원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결국에는 디지털 복원의 마지막 단계인 색보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보통의 작업에서는 RGB값을 조정하면 색이 자연스럽게 살아나는데 원본필름의 색정보가 별로 없다보니 컨트라스트가 강해지거나 그라데이션이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추가 작업이 필요했지만 일정상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미처 색보정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상영이 이루어졌다. 물론 일반 관객은 필름의 상태가 원래 그러려니 하고 보아 넘겼겠지만, 우리 관계자들은 완성본을 보여줄 수 없다는 아쉬운 마음에 상영회에 참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CGV 상영관의 문제로 영어자막이 나오지 않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영화제 초청 상영이 끝난 후, 마침 영화제에 참석한 메인 칼라리스트에게 각별한 요청을 하고 추가 색보정 작업까지 마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소개할 디지털 복원작은 <빨간 마후라>(신상옥, 1964)이다. 6.25 당시 공군 파일럿의 의리와 사랑, 전투를 담은 영화로 신필름, 아니 신상옥 감독이 아니었으면 제작하지 못했을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1964년 흥행 1위, 공중전을 촬영한 최초의 한국영화, 쇼치쿠가 일본에서 배급한 첫 번째 영화 등 몇 가지 기록을 세웠다.
 
자료원은 2011년에 아시아 영화의 디지털 복원을 위해 부산국제영화제, 동서대학교, 에이지웍스와 함께 아시아영화복원협의회를 꾸렸고, 그 첫 번째 대상으로 <빨간 마후라>를 선정하였다. 사업의 첫 번째 대상작으로 꼽힐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면, 이 영화가 다양한 버전의 필름 소스에서 좋은 영상을 골라 편집함으로써 보다 완벽한 풀버전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 디지털 복원 시에 4:3 비율의 화면과 2.35:1의 화면을 VFX 기술로 합성할 수 있어 디지털 복원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마침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신영균이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회고전 섹션으로 결정되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화가 선사할 수 있는 다양한 재미로 인해 대중에게 사랑받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참여 기관은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했다. 대략 한국영상자료원은 대상 필름의 보수, 세척, 스캔, 편집을 맡았고, 에이지웍스는 디지털 복원을, 동서대학교는 VFX,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는 마케팅을 담당했다. 몇 차례의 실무협의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쉽게 추동을 받지 못했는데 그 중심에는 재원 조달의 문제가 있었다. 재원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어느 곳에서도 선뜻 인건비 등 비용을 미리 지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후원 경험이 풍부한 영화제 측에서 여러모로 타진을 해보았지만 수천만 원을 협찬할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영화제 개최 불과 몇 개월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소한의 디지털 복원비용을 보장하고 나서야 복원에 착수할 수 있었다.
 
미리 준비한 디지털 시네마 파일들과 편집리스트를 넘기고, 각 파트에서는 디지털 클리닝, VFX, 색보정, DCP 마스터링, 영어자막 처리까지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과연 영화제 상영일까지 완성본 작업이 가능할까 의문스럽기도 했지만, 관계자들의 열정과 수고로 <빨간 마후라>의 디지털 복원이 마무리되었다. 이 영화는 부산영화제 상영관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CGV 아트리움관에서 상영되었는데, 당시 전 좌석이 매진된 것은 이일에 관계했던 모든 이들에게 큰 보상으로 다가왔다. 시사회에 참석했던 해외 게스트들은 이 영화를 자기 영화제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첫 상영을 마치고, 복원 실무에 관계했던 에이지웍스 관계자들과 조촐한 뒷풀이를 가졌다. 여기에는 복원을 주제로 한 시네마 포럼에 참석했던 이태리 볼로냐 영상복원연구소 소장인 다비데 포찌도 함께 했다. 술잔이 돌고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세계의 많은 영화를 복원하고 있는 볼로냐의 복원 방법, 장비, 프로그램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사실 복원 업체 입장에서는 자료원을 제외하고는 디지털 복원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자와 외국과의 교류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자리는 복원 실무자들이 평소 궁금해 했던 여러 가지 실무적인 문제들을 물어 보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다. 결국에는 이태리의 복원 인프라에 대한 부러움과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에 대한 과제만 가득 안게 되었지만.
 
이 두 편의 영화가 각각 다른 방법의 복원 방법이 적용되었고, 예기치 못한 장애물들을 헤쳐 나가는 동안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이렇듯 영화를 복원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이를 통해 소중한 한국영화가 보다 단장된 모습으로 오늘의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뿌듯하다. 
Thursday, October 18, 2012

Film Archiving in Digital Era

디지털 시대의 필름 아카이빙

필름 아카이브, 그 존재의 이유

영화는 예술작품으로서 그리고 사료적 텍스트로서 큰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를 수집ㆍ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필름 매체와 관련 자료들의 수집, 관리, 보존, 그리고 접근성 등의 일에 주안점으로 두는 조직을 필름 아카이브라고 한다.
19세기 말엽에 이르러 현 시대를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카메라를 통한 한 번의 기록으로 영구적인 기계적 재생산(Mechanical Reproduction)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동영상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연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었으며 필름 아카이브의 존재 이유는 이러한 자료를 수집ㆍ보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조르주 멜리에스(George Melies)의 영화는 예술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가능성을 제시한 시초였고, 10년 후에는 D.W.그리피스(D.W. Griffith)가 이를 증명하였다. 그리고 루이스 브뉘엘(Luis Bunel) 또는 잉그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의 작품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성취로 자리매김 하였다. 만일 영화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들을 반드시 보존해야 할 두 번째 이유가 된다.
세 번째 이유가 있는데, 영화에 기록된 모든 것이 예술이 아닐지라도, 모든 영화는 기록(Document)이 된다. 아주 열등한 영화라도 할지라도 그 시대의 중요한 사실을 보여주고,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대량으로 제작되는 영화는 경향, 취향, 필요, 정치적 상황을 측정하는 잣대가 된다. 그러므로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극영화도 역사의 순간을 창조해내는 우리 시대의 기록이 된다.
필름 아카이브의 목적은 수집되어야 할 영화의 평가나 선택에 있지 않고 모든 것을 보존하는 것이다. 또한 필름 아카이브는 영화만을 보존해서는 안 되고 영화로부터 나온, 영화에 관한 자료들(영화도서, 포스터, 대본, 대사, 타이틀 목록, 리뷰, 세트 구성도, 의상, 서류와 장비들)도 함께 수집해야 한다. 이들은 장차 영화 연구를 위해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름 아카이브의 4가지 직무
 
(1) 수집
초기의 필름 아카이브들은 열정적인 개인 수집가들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이들 아카이브들에 의해 대부분의 20세기의 영화 문화가 보존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필름이 소실되는 것을 막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무관심과 아카이브와 제작자/배급사간의 상반되는 이해 때문이었다.
필름 아카이브는 적극적인 수집 정책을 추구해야 하며,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의 보존을 지원하고, 문화적 책임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유도하고, 재정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아카이브들과 제작자들 간의 신뢰와 이해의 분위기를 만들어 자료들이 위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보존
필름 아카이브는 장기 보존을 위해 기술적 권고사항들에 부합하는 수장고(收藏庫) 환경을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3-5년 마다 필름을 되감아서 점검해야 하며, 초산화 현상, 곰팡이와 박테리아, 화학적 붕괴는 초기 단계에 발견되고 조치되어야 한다. 보존은 이상적인 수장고 환경에서부터, 간단한 기술적 점검, 고비용의 시간 소모적인 복원과 프린트 현상에 이르기 까지 오리지널 자료를 장기적으로 보존하는 업무를 일컫는다.
 
(3) 카탈로깅
카탈로깅 부서들은 컬렉션을 조정하고 아카이브의 재산을 등록함으로서 대여와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수집 정책, 보존, 프로그램 그리고 접근은 컬렉션의 지적인 통제 없이는 올바른 기능을 할 수 없다.
 
(4) 접근
공공 접근은 개인 연구, 조사, 영화와 방송제작 등을 위해 모든 잠재적인 이용자들에게 이루어져야 한다. 프로그래밍과 상영은 역사적으로 아카이브의 중요한 활동의 한 부분이었다. 또한 필름 아카이브는 역사 정리의 원천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재현, 설명, 교육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새로운 영화나 TV 프로덕션을 위한 재사용과 관객을 위한 고전 영화의 활성화를 위해서 사용된다.
 
이러한 네 가지 직무 중에 어느 한 직무를 강조하거나 소홀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불균형을 초래하며 효율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존ㆍ카탈로깅을 희생하고, 편성ㆍ상영ㆍ배급만을 강조하거나, 보존ㆍ카탈로깅 만을 강조하여 수집을 소홀히 하게 되면 빈약한 아카이브가 될 것이며, 또한 접근에 많은 제약을 하는 것은 외부의 시각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이렇듯 어느 하나의 직무를 소홀히 하거나 강조하면 단기적으로는 회복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카이브의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한국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 업무
(1) 영화 필름의 보존
영화 필름을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물질적인 본성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볼 때 영화 필름은 영상을 전달하는 에멀젼(Emulsion)이라는 감광유제층과 투명한 지지물 베이스(Base), 그리고 이들을 함께 묶는 바인더(Binder)로 되어 있다. 에멀젼은 변색되고, 바인더는 깨지지 쉬우며, 지지물인 베이스의 플라스틱은 부패할 수 있기 때문에 필름의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종류의 영화 필름은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랜다. 온도와 상대습도는 색을 바래게 하는 주된 이유이다.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서 퇴색의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돌이킬 수는 없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필름은 온도와 상대습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초산화 현상, 퇴색 등과 같은 문제를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조건 하에서 보관하여야 한다.
 
보존기술센터에서는 영화 필름이 수집되면 필름 점검을 통해 관련 정보들을 종합영상정보관리시스템(DB)에 등록하고, 폴리백 삽입, 필름 캔과 코어를 교체한 후에 보존고로 옮겨진다. 현재 필름 보존고는 총 6개실이 있고 보존용 필름은 온도 5'C / 상대습도 30% 공간에 보존되며 활용용 필름은 15'C 상대습도 30% 공간에 수장된다.

<필름 보존 처리>
 
필름 아카이브에서는 필름이 변질될 가능성에 대비해서 언제라도 복사할 수 있는 “프리 프린트”(Pre-Print)를 갖추는 것이 온전한 보존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프리 프린트라는 용어는 상영용 프린트를 만들 때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필름, 즉 듀플리케이티드 네거티브(Duplicated Negative) 또는 마스터 포지필름(Master Positive Film)을 일컫는다.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 또는 극장 개봉용 프린트만 있는 경우에는 보존을 위해 프리 프린트 필름을 만들어 보존하게 된다. 매년 보존기술센터에서는 약 20여 편의 흑백 또는 칼라 영화필름에 대해 보존용 사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즉, 아래에서 보듯이 오리지널 네거티브 혹은 극장 개봉용 프린트에서 <인터포지티브 or 마스터포지티브>와 <듀프 인터 네가티브>를 만드는 작업이다.

<영화 현상 작업 프로세스>
 
(2) 디지털 시네마의 보존
필름 방식의 영화를 대체할 디지털 시네마가 출현하였다. 일반적으로는 디지털 시네마란 필름 또는 디지털로 촬영된 영화가 디지털 작업 공정을 거쳐, 디지털 영사기로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필름을 디지털로 전환해 상영하는 방식과 촬영부터 상영까지 디지털로 일원화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디지털 시네마는 좁게는 필름 촬영에서 텔레시네, HD 마스터링, 디지털 송출 및 영사 과정을 거친 방식을 의미하고, 넓게는 촬영에서부터 최종 상영까지 전 과정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인터미디에이트 프로세스>
 
영화에서 디지털 시네마를 보존하기 위한 대상물은 일반적으로 디지털 마스터, 다중 디지털 사운드 트랙, 외국어 더빙 트랙, 그리고 여러 언어 자막을 포함한 텍스트 파일로 구성되어 있는 디지털 이미지 프레임들의 순서를 포함한다.
디지털 시네마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주요 스튜디오에서 조차도 새로운 디지털 자산들의 취급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아직까지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제작 업체의 책임자들, 후반업체, 그리고 스튜디오들은 확실한 계획 또는 방향 없이 일반적으로 가장 안전한 단기적인 접근방법을 택하고 있는데 이는 디지털 시네마 원본을 HDCAM-SR 테이프, 마그네틱 하드 드라이브, 그리고 LTO 데이터 테이프에 저장해서 저온의 건조한 장소의 선반에 보관하는 것이다.
현재 보존기술센터에서는 영화 1편에 대한 디지털소스마스터(DSM), 디지털시네마디스트리뷰션마스터(DCDM), 디지털시네마패키지(DCP), 사운드 트랙(Sound Track)을 스토리지, LTO 테이프 그리고 하드디스크에 3중으로 보존하고 있다.
10년 정도의 밖에 되지 않는 디지털 저장 매체의 짧은 보존연한, 필름 원본과 비교하여 4K 디지털 원본의 높은 보존비용을 감안한다면, 전통적인 필름 보존과 비교하여 비슷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디지털 보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필름 포맷과 같이 100년 이상의 오랜 수명을 지닌 디지털 원본 포맷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적절한 장기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면서 오늘날의 디지털 자산을 보존해야 할 것이다.
 
(3) 영화 필름의 디지털 복원
보존기술센터는 영화필름에 대해 디지털 복원을 매년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영화 후반작업의 디지털인터미디에이트(DI) 작업의 워크 플로우와 유사하게 진행한다. 다만, 디지털 필름 데이터는 오리지널 네가티브 원본, 사운드 필름과 같이 필름에서 스캐닝을 통해 획득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훼손된 영상과 사운드에 대해서는 디지털 복원(Digital Restoration)도 병행하게 되는데, 복원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화면과 사운드를 복원하는 과정을 거친다.
보존기술센터의 디지털 복원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우선 복원대상 필름(이미지 필름, 사운드 필름)을 보수(Repair), 세척(Cleaning)을 실시한다. 영상이 담긴 필름의 경우 Spirit 2K DataCine 필름 스캐너를 이용하고, 사운드가 담긴 필름은 텔레시네 장비를 통해 디지털화된 필름(DPX 파일)과 사운드 데이터(WAV 파일)를 획득한다. 이들 파일을 아비드(Avid)로 오프라인 편집을 한 후에, 베이스라이트 Ⅳ(Baselight Ⅳ)로 색보정 작업을 거치게 된다. 영상 복원은 디아망뜨(Diamant), 사운드 복원은 프로 툴(ProTools)을 통해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클립스터(Clipster)로 상영용 포맷인 디지털시네마패키지(DCP)와 HDCAM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 복원은 내부에서 작업하기도 하지만, 작업의 난이도 높고 인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주로 외주작업으로 매년 1-2편씩 진행을 하고 있다.
  
 
<디지털 복원 전후, 하녀(1961, 김기영)>

 
 
 
<디지털 복원 전후, 혈맥(1963, 김수용)>
 
디지털 복원은 2007년부터 이루어졌는데, 대표작을 간단히 언급하면 <열녀문>(1962, 신상옥), <미몽>(1936, 양주남), <하녀>(1960, 김기영), <연산군>(1961, 신상옥), <검은머리>(1964, 이만희),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 임권택), <혈맥>(1963, 김수용) 등이 있으며,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것이 1970년대 테크니스코프라는 특수 촬영방식으로 제작되어 상영할 수 없었던 영화를 디지털로 복원한 영화들이 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 그리고 필름 아카이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통적으로 필름은 오리지널 네거티브, 인터 포지티브, 인터 네가티브, 상영용 프린트의 형태로 생성되는데, 필름 아카이브는 이들을 보존하는 안정되고 검증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마스터링 과정이 촬영에서 배급까지 모든 프로세스에 도입되면서, 이제는 필름이 아닌 디지털의 형태로만 결과물(Born Digital)이 생성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디지털시네마의 도입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얼마 전에만 해도 한 편의 영화가 필름과 DCP의 형태로 동시에 배급이 되어 두 매체가 공존하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디지털시네마로만 제작되고 배급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필름 아카이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필름 아카이브들은 디지털시네마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보존 전략들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 매체는 물리 화학적(열, 습기, 정전기, 전자기장 등)으로 손상을 입기 쉽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노후화되어 영구 보존을 위한 도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FIAF(국제필름아카이브연맹) 컨퍼런스에 참석해 보면 각 아카이브들에서는 디지털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필름 아키비스트들(Film Archivists)은 이러한 상황을 빗대어 ‘디지털 드래곤 Digital Dragon’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왜냐하면 필름은 영상을 보존하기 위한 이상적인 도구임에도 디지털 시네마의 아카이빙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필름 아카이브의 입장에서는 이 매체가 영구적으로 영상을 담을 수 있는가? 라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영화필름은 적절히 보관을 한다면 수 백 년을 보존할 수 있으나, 주로 디지털시네마를 백업하고 있는 LTO 테이프의 경우 7-10년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는 경제성이다. 미국의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가 디지털시네마 아카이빙에 따른 비용을 따져 보았는데, 4K 디지털 원판을 보관하는 비용은 필름 원판을 보관하는 비용보다 1,100%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기에 필름 아카이브들의 ‘디지털 딜레마 Digital Dilemma’가 있는 것이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디지털시네마 아카이빙에 대한 연구, 수집 정책의 마련, 아카이빙을 위한 전략 수립, 관련 아카이빙 시스템을 구축했고, 현재에는 디지털시네마 파일을 수집하면 데이터 서버, LTO 테이프, 하드디스크에 각각 담아서 보존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로만 생성된 영화의 경우에는 안전한 보존을 위해서는 필름 레코더(Film Recorder)라는 장비를 이용해서 디지털시네마를 다시 필름으로 출력해서 보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는 한국영상자료원 뿐만 아니라 세계의 필름 아카이브들이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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