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3, 2013

광학 복원, 그 순탄치 않은 여정


최초의 한홍합작 영화 <이국정원>을 복원하며
 
지난 4월 4일에 한국영상자료원이 발굴한 최초의 한홍합작 영화 <이국정원>(1957)의 기자 시사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참석자들로부터 복원에 대한 질문이 있을 수 있어 행사장에 있었지만, 발굴과 영화사적 의미만 다루어졌었다. 이 기회에 <이국정원>의 광학 복원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다루어보고자 한다.
 
2012년 5월에 홍콩으로 출장을 간 직원들이 필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오리지널 네가필름 10권 중에 2권을 한국으로 가져왔다. 필름이 담긴 캔을 열어보니 수축, 필름 베이스 연성화, 곰팡이 서식, 이멀젼의 화학적 가수분해, 칼라 퇴색 및 유실 등 그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보유한 인화 장비들로 테스트를 하려고 했으나 필름의 수축도(1% 이상의 수직 수축, 2mm 이상의 수평 수축)가 높아 국내에서 복원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해외 복원처인 일본의 이마지카 현상소에 의뢰하자, 필름의 손상 가능성 및 수축도가 높아 옵티컬 인화를 하되 웨트 게이트는 쓸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왔다. 보통 필름 복원시 화질 개선을 위해 웨트 게이트를 쓰는데 이마저도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마지카 현상소와 협력하여 손상 부분을 보강하고, 필름을 세척하고,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최선을 다해 복원하기로 했다.
 
한 달여가 지나서 일본으로부터 복원된 마스터 프린트를 받아 검수해보니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좋지 않았다. 필름을 일본으로 보내기 전에 우리가 디지털로 스캔한 영상과 비교해봐도 차이가 확연했다. 복원을 위해 수천만원을 이미 지급한 상태인데 결과물은 이러하니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둘러 디지털 스캔본과 광학복원본의 비교 영상을 만들어 보냈더니 이마지카 측도 매우 당황해하며 다시 복원 방법을 연구해 보겠다고 했다.
 
마침 일본의 복원 코디네이터인 아키라 사카구찌씨가 부산영화제에 참석한다고 해서 미팅을 가졌다. 이마지카에서는 필름 손상 우려 때문에 옵티컬로 인화했더니 영상이 너무 안 좋았고, 테스트를 해보니 웨트-밀착식 인화가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필름의 상태가 매우 안 좋은 부분은 드라이 게이트를 쓸 수밖에 없고 영상품질이 여전히 좋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원 방법에 대한 협의는 잘 진행되었으나, 한 시간여의 회의가 끝나도록 재작업 비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돌직구를 던질 수밖에. 재작업 비용은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물었더니 그 비용은 이마지카에서 모두 부담하겠다는 화답으로 돌아왔다.
 
우리 자료원과 이마지카는 테스트 결과물들을 확인하고 한 달여 동안 재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원본 화질에 근접한 마스터 프린트를 만들어 내었고, 이 필름으로 상영용 DCP와 한글 자막을 만들어 공개하게 되었다. 사실 광학 복원이 끝난 후 탈색, 변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복원이 가능한지도 확인해 보았다. 디지털 색보정만으로는 불가능하고, VFX 기술을 이용해야 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뿐더러 그 품질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국정원>의 제작은 한국, 중국(홍콩), 일본의 참여로 이루어졌었는데, 반세기가 지나 이 영화의 복원 또한 그러했다는 점은 공교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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