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25, 2012

영상자료원의 10년을 돌아보다

2010-01-20

영상자료원 약사한국영상자료원이 설립된 1970년대는 모든 분야에서 북한과 국제기구의 가입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다. 북한의 국가영화문헌고가 (국제영상자료원연맹FIAF)을 통해 국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한국영화진흥조합을 계승한 영화진흥공사가 FIAF에 가입하기 위하여 1974년에 당시 내자동 영화진흥공사 사옥 내에 재단법인 한국필름보관소를 설립했다.

필름과 보존 시설도 없이 설립된 필름보관소는 2년 동안 FIAF 가입에 실패하고 나서야 가입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방으로 필름을 수집하러 다녔고, 자격을 심사하러 온 외국 관계자들에게 국립영화제작소와 영화진흥공사의 시설을 보여줌으로써 1976년에 비로소 옵서버(Observer)로 가입할 수 있었다. 1984년에는 FIAF 정회원(Member)으로 승격을 추진했으나 독립기구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총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영화진흥공사의 임직원이 겸직했던 필름보관소의 인력도 완전히 독립시키고 1985년 뉴욕 FIAF 총회에서 정회원의 자격을 획득했다. 그 취지와 과정이 어떠했든 비로소 한국에 필름 아카이브가 설립되었고, 보관처조차 없던 한국의 영화 필름들이 수집되고 보존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필름 보관소는 예술의전당 내 예술자료관에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보존고와 110석의 시사실을 마련했고, 이듬해에는 한국영상자료원으로 기관의 명칭을 변경하였다. 자발적 위탁과 기증으로 수집되던 영화 필름은 1996년에 제출 제도가 법제화하면서 모든 영화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존하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영상자료원 10년

밀레니엄을 맞이한 한국영상자료원은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1999년 FIAF 마드리드 총회에서 2000년 FIAF 집행위원회와 2002년 FIAF 총회를 서울에서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제행사 유치를 계기로 필름 아카이빙에 대한 정부와 영화계의 관심을 끌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2년여 인고(?)의 시간이 흘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세계의 필름 아키비스트들(Film Archivists)을 초청하는 큰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이 행사에 많은 참석자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심포지엄 등 주요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주변의 경복궁, 피맛골, 남대문, 인사동 등 명소를 오가며 즐거운 회합을 가졌다.

당시 문화관광부 맞은편에서 영화 필름 보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국제적인 시위를 벌인 탓일까? 그해 6월에 한국영상자료원은 재단법인을 해체하고 영화 및 비디오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한 의젓한 법정 법인으로 자리를 잡았고, 2003년에는 정부로부터 필름 보존을 위한 종합영상아카이브센터의 건립 계획을 승인 받았다.

2004년부터는 독립 청사를 짓기 위한 설계 등을 시작하는 한편, 한국영상자료원의 내실을 기하는 첫걸음을 떼었다. 경영 효율을 높이고 수집, 보존, 프로그램, 연구, 서비스 등 필름 아카이빙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머리를 모았다. 본연의 사업에서도 많은 성과가 있었는데 1950년대 한국영화들이 근대 문화재에 등록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해외에서 일제시기의 한국영화를 대거 발굴하여 영화계에 한국영상자료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영화 진흥에만 쏠려 있었던 정책적 관심과 시선을 필름 아카이브로 돌리기 위한 지난 노력들은 2007년 5월에 한국영상자료원이 상암동 시대를 맞이하면서 마침내 그 결실을 보았다. 여기에는 해외 필름 아카이브에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필름 보존고, 영화상영관, 한국영화박물관, 영상자료실 등 최신식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이후에는 현존 최고의 <청춘의 십자로>(1934)와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홍길동>(1967)을 발굴하였고, <하녀>(1960) 등의 디지털 복원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새 부대에는 새 술을 담듯이 우리는 또 다른 10년을 바라보며 새로운 발굴과 복원, 상영 프로그램, 연구 성과물들로 한국영상자료원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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