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25, 2012

<헤럴드포럼>늦가을 ‘晩秋’ 가 그리워지는 까닭

2010-10-27 10:34

한국영화사 최고의 작품 중의 한 편으로 평가받는 이만희 감독의 1966년작 ‘만추’가 최근 김태용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되어 캐나다 토론토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얼마 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국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만추’는 1975년에 김기영 감독에 의해 ‘육체의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1985년에는 김수용 감독의 ‘만추’로 리메이크되었고, 이번이 세 번째다.

오리지널 ‘만추’는 범죄에 연루되어 쫓기는 남자(신성일)와 살인죄로 복역하다 휴가를 나온 모범수(문정숙)와의 사흘간의 짧은 사랑을 밀도 있게 영상으로 담아낸 이만희 감독의 걸작이다. 명보극장 개봉 당시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불과 40여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지금은 이 영화를 볼 수 없다. 필름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추’는 나운규의 ‘아리랑’(1926)과 함께 영화필름 수집과 보존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영화다. 그동안 한국영상자료원은 필름을 찾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를 써왔다. ‘만추’ 제작자에 의하면 1970년대 초 미국 LA에서 상영하기 위해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보냈는데 상영이 무산되면서 필름이 유실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LA를 수소문해봤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또 1971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로살레스 극장에서 상영돼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몇몇 현지 일간지에 영화평이 게재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스페인 국립영상자료원인 ‘필르모테카 에스파뇰라’에 필름 소장 여부를 확인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실망스런 답변을 받기도 했다.

1974년 한국영상자료원이 설립되면서 필름 아카이빙(Archiving)을 시작한 이후 영화 보존율은 1970년대에 78%, 80년대 이후로는 95%를 상회하고, 최근에는 거의 100%에 육박한다. 하지만 60년대는 39%에 불과했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보존율이라기보다는 생존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할 만큼 10%도 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한국영상자료원은 잃어버린 영화를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중국에서 1930~40년대 일제강점기 영화 7편을 발굴했고, 대만과 홍콩에서 1960~70년대 영화 약 20편을 수집했으며, 지난 2008년에는 일본에서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홍길동’(1967ㆍ감독 신동헌)을 입수하는 등 한국영화사의 공백을 조금씩 메워나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영상자료원의 노력만으로는 필름의 수집과 보존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수집 보존을 위한 예산 확보, 부족한 수장고 등 문제는 궁극적으로 정책 당국, 영화 제작 및 배급사, 그리고 국민들의 영상자료 수집과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유네스코에서는 1980년 10월 27일에 ‘동영상 보호와 보존을 위한 권고안’을 채택하고 매년 10월 27일을 ‘영화 유산을 위한 유네스코의 날’로 지정하여 그 중요성을 세계홍보하고 있다. 그 30주년을 맞이하여 오리지널 ‘만추’가 우리 품으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장 김봉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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