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25, 2012

홍콩에서 찾아낸 한국영화들


2010-03-16

한국과 홍콩의 영화 교류는 그 역사가 깊다. 6?25전쟁과 함께 제작 기반을 상실한 한국의 영화산업은 1950년대 후반부터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당시의 일부 제작자들은 배급할 수 있는 상영관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그중 임화수가 운영했던 한국연예주식회사가 최초의 합작영화인 <이국정원>(1957)을 제작하였고, 그 후에 여러 편의 영화가 한-홍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주로 신필름에서 한-홍 합작의 계보를 이어나갔는데 <보은의 구름다리>(1963), <달기>(1964) 등 다수의 합작영화가 제작되었다. 당시는 영화계의 주 수입원인 외국영화 수입쿼터를 위한 국산 극영화의 해외 수출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시기였다. 1970년대에는 정부로부터 외화의 수입이 제한되자 인기가 높았던 홍콩 무협영화를 변칙적으로 수입하기 위한 ‘무늬만’ 합작도 곧잘 이루어졌다.

당시 영화계에서 활동했던 영화인들은 홍콩으로 수출되었거나 합작으로 제작된 영화들의 필름이 홍콩에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찾아보라고 누차 언질을 주었다. 1960년대의 한국영화 필름 보존율은 39%였고 1970년대는 75%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홍 합작으로 제작되었거나 홍콩으로 수출되었던 작품을 다수 발굴할 가능성이 높았다.

2005년 말에 우리 측에서 홍콩필름아카이브(Hong Kong Film Archive)를 방문하여 그곳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한국영화의 목록을 조사하면서 시작한 발굴 사업은 5년여의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발굴 사업 대상은 위에서 언급한, 홍콩으로 수출되었던 영화들과 합작영화들이다.

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HKFA는 한국영화의 반환에 있어 법적·행정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였다. 대상 필름이 한국영화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시해야 하며, HKFA에 기증하였거나 위탁했던 사람의 동의를 서면으로 받아야 한다. 그 후에는 HKFA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필름을 돌려받는 형태로 업무가 진행된다. 더욱이 합작영화의 경우에는 반환이 아니라 홍콩 현지의 필름 현상소에서 사본을 제작한 후에 한국으로 수입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07년에는 <청춘극장>(1967), <울지도 못합니다>(1969), <아빠와 함께 춤을>(1970), <필녀>(1970), <사랑하는 마리아>(1970), <엄마의 한>(1970), <여랑>(1971), <분례기>(1971) 등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영화 8편을 반환했고, <손오공>(1962), <여간첩 에리샤>(1965), <조용한 이별>(1967), <장렬 509 대전차대>(1967) 등 5편의 한-홍 합작 영화를 수집하였다.
2008년에는 추가로 일곱 작품에 대한 수집을 진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HKFA에 필름을 위탁했던 사람이 반환을 꺼리거나, 혹은 위탁자 본인이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 반환을 허락할 수 없는 경우였다. 그리고 HKFA에서 파악한 목록 중에 일부는 정확히 어떤 한국영화인지 확인이 어려웠고, 더욱이 홍콩 측 담당자도 본인의 업무가 바쁜 상황이 되면 우리는 하염없이 협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009년에 우리는 이 업무를 마무리 짓기 위해 홍콩을 방문해서 HKFA의 원장과 수집부장에게 정중히 협조를 요청하였다. 그리고 위탁자를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고, 소유권이 없는 또 다른 위탁자에게는 향후 문제가 발생할 때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확약을 했다. 그리고 제명이 불확실한 필름들도 확인을 마쳤다. 그 결과 <당신을 알고 나서>(1970), <어느 부부>(1971), <남과 북의 당신>(1972), <오인의 자객>(1968), <사녀>(1969), <잊혀진 여인>(1969), <비 내리는 명동거리>(1970) 등 총 7편을 추가로 수집하였다. 현재는 나머지 <내 몫까지 살아 주>(1967), <슬픔을 외면할 때>(1970), <아빠 품에>(1970) 등의 필름에 대한 반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신필름과 쇼브러더스 합작 영화인 <달기>(1964)와 <대폭군>(1966)처럼 필름이 남아 있지 않지만 홍콩에서 DVD 형태로 출시된 합작 영화들을 조사하고 있어 약간의 성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렇듯 5년여를 힘겹게 진행하고 있는 홍콩의 한국영화 수집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자축연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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