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25, 2012

영화, 榮華롭게 예우하겠습니다


2009-06-11
한국영상자료원에 있는 수많은 영화필름과 자료들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물론 자료의 소장처를 찾아내고 수집하는 헌신적인 아키비스트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소중한 자료를 기꺼이 아카이브에 기증하는 용단을 내려준 이들이 있었다. 주옥같은 우리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이처럼 보이지 않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 상반기에 수집된 귀중한 자료들을 되짚어 보며 짧은 지면으로나마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 1
지난 2월 영화진흥공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김민웅 선생님]께서 자택에 많은 영화 관련 도서가 있으니 자료원에 기증하시겠다는 의사를 밝혀 송파구로 찾아뵈었다. 선생님께서는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 아파트 발코니에 자료를 쌓아두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영화진흥공사 시절에 홍보·출판 업무를 맡으면서 참고했던 도서, 잡지, 사진, 전단들이었는데 특히1950년대 외화 전단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에 어렵사리 한국영화 연감을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했던 이야기, 한국영상자료원이 처음 생기게 된 계기 등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선생님은 자료를 박스에 모두 담고 떠나는 우리의 소매를 끄시더니 <해연> <동광>과 같은 1930년대 초창기 잡지와 <춘향전>의 시나리오 등을 추가로 내어주셨다. 이 자료는 영화사연구에 사용되고 일부는 한국영화박물관에 전시될 것이다.

# 2
영상원의 [김홍준 교수님]의 제보로 <대괴수 용가리>(김기덕, 1967)필름을 미국에서 찾기 시작했다. 발단은 MGM 2007년에 발매한 DVD에 이 영화가 수록되었는데, 아무래도 영화 필름에서 제작된 것 같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카데미 필름 아카이브에 있는 지인에게 문의하여 담당자를 수소문한 끝에 LA에 소재하고 있는 MGM의 수집부장 [크리스토퍼 레인Christopher Lane] 씨와 연락이 닿았다. 이 필름은 호러, 괴수물과 같은 B급 영화를 주로 취급했던 AIPAmerican International Production-TV에 의해 미국으로 수입되었고, 극장이 아닌 TV로 바로 방영되었다고 한다. 이후 AIP는 Orion Library에 인수되고 MGM에서는 Orion Collection을 구매했기 때문이 이 필름을 보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리스 씨는 UCLA의 Film Preservation Program을 졸업하고 필름 아카이브에 대해 아주 잘 알기 때문에 필름을 무료로 대여하여 복사 수집할 수 있도록 모든 협조를 다해 주셨다. 한국의 본격적인 괴수물로 스펙터클한 특수효과를 선보인 <대괴수 용가리>는 우리 원에 불완전판인 채로 보존되어 있었다.

#3
KMDb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들을 검색하다가 수집팀으로 연락해주신 [성진아 선생님]은 소장하고 있는 비디오 테이프와 앨범들이 있어 기증하고 싶다고 하셨다. 용인의 자택을 방문하니 선생님은 앨범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출연한 영화들에 대한 갖가지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셨다. 1969년<잔혹한 청춘>으로 데뷔할 당시 대선배였던 김지미 씨보다 카메라에 더 많이 잡히려고 했다가 혼난 일, 당시에는 흔치 않은 여대생 배우였기에 기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일, 또 남다르게 글래머러스한 몸매 때문에 여름철이면 각종 잡지의 수영복 촬영을 위해 불려 다녔던 일, 그리고 결혼과 함께 배우협회에 정식 탈퇴서를 제출했던 사건까지 이야기해주셨다. 같이 사진 한 컷을 찍고 싶다고 부탁드리니 선생님은 휴대폰 카메라 앞에서도 배우답게 아름다운 포즈를 취해주셨다.

#4
일본의 영상자료원인 NFC의 큐레이터인 아키라 도지키Akira Tochigi 씨가 최근에 한국의 초창기 영화를 집했다는 희소식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듀서가 허영 감독의 1941년작 <너와 나> 16mm 필름 24분 분량을 NFC에 복원해 보존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NFC에서는 35mm 확대 복원 작업을 마쳤는데 자체 상영 프로그램인 라는 발굴전이 끝나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필름을 대여하여 복사 수집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겠다고 했다. 세계의 필름 아카이브들은 이렇듯 서로의 미션을 공유하고 있으며 평소 해외 아카이브와의 긴밀한 관계가 한국의 중요한 초창기 영화들을 발굴하는 성과를 낳게 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외에도 변장호 감독님, 조희문 교수님, 정소영 감독님의 아들인 정지훈 선생님, 김학성 촬영감독님의 아들인 김충남 선생님, 배우 문오장 선생님의 아드님인 문찬우 목사님, 신상옥기념사업회, 여러 영화사 등 언급되지 않은 많은 고마운 기증자가 있다. 지난해 수집팀에서는 이렇듯 많은 기증자에게 어떠한 예우를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기증에 관한 데이터베이스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30여 년간의 기증 서류들을 일일이 뒤져 기증자 DB를 구축했고 이후에는 기증이 있을 때마다 바로 갱신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였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기증자에게 몇 가지 혜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홈페이지와 우리 원 입구에 기증처와 기증자의 이름을 게시했고, 감사 서신과 함께 우리 원에서 발간한 DVD를 전해드리고 있으며, 또한 계간지 <영화천국>을 우편으로 발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비스 운영팀에서는 기증자들이 우리 원의 시설과 자료를 이용할 때 각종 혜택을 강화하였다. 아직도 기증자들 입장에서는 미흡하기만한 예우와 감사의 프로그램이지만 향후에는 더욱 다양한 혜택을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기증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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