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25, 2012

한국영화의 역사가 깃드는 이 곳

2009-09-25

지난 6월 홍콩영상자료원의 수집부장인 메이블 호(Mable Ho) 씨와 한국영화 수집 문제로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광둥어로 더빙된 필름이 한국영화임을 입증하는 서류가 갖춰지면 양해각서 (MOU) 체결을 통해 해당 필름을 한국에 반환하기로 서로 합의했다. 그녀는 자료 위탁자를 만나 홍콩영상자료원에서는 자국 영화를 수집하여 보존하기에도 여력이 없는 상황일 뿐만 아니라, 한국영상자료원이 자국 필름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다는 말로 그를 설득했다고 한다.

세계의 어느 영상자료원에서나 자료를 수집.보존할 때 선택(혹은 선별)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수집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평가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를 위한 적절한 세부 기준도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다종다양한 개별 자료들을 접할 때 수집 담당자는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한정된 자원(인력, 예산 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가의 문제도 함께 걸려 있다. 이 때문에 홍콩영상자료원에서는 외화를 수집 범주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2007년 한국영상자료원은 상암동 시대를 맞이하여 재도약을 위한 부푼 꿈을 꾸고 있었고, 대외적으로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다. 그 와중에 수집 업무가 하나의 중요한 역할로 인식되면서 수집팀이 독립된 팀으로 꾸려졌다. 수집 업무는 크게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은 영화들의 제출업무, 일정액의 가입비를 받고 이후에는 무상으로 필름을 위탁 보존하는 위탁업무, 영화자료의 기증과 구입업무, 마지막으로 영상도서관인 자료실 열람자료의 확보업무로 구성된다. 우리는 우선 기존의 수집범위와 대상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수집 절차와 방법을 시스템화하여 앞으로의 과제를 발굴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수집 범주와 대상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존의 수집 범주와 다르게 새롭게 대상에 추가한 자료로는 대표적으로 디지털시네마 파일이 있었는데 포스트 프러덕션 업체에서 저장용량의 문제로 데이터를 삭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존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이를 위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에서는 수집 절차를 마련하여 수집을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비디오 매체인 고화질의 블루레이를 구입하고, 시중에 출시되지 않은 세계 유수 국제영화제의 전회 수상작 DVD를 해외에서 수입하였다. 이와 더불어 주요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DVD를 구입해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안타깝게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해외 고전영화 35밀리 필름은 수집을 여러 차례 검토했으나 비용(섭외 노력, 필름제작비 및 저작권료) 대비 활용 빈도(혹은 편익)가 높지 않고, 다른 매체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 밀리는 경우도 있다. 일반 외화의 경우에도 자율제출, 기증 등의 방법으로 수집하고 있으나 예산상 혹은 수입사의 거부로 인해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에는 해외 소재 한국 관련 영상물의 수집을 위해 북미의 아카이브들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목록조사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였고, 영화의 디지털 사운드 파일(5.1채널, 스테레오, Music&Effect)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애니메이션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며 재외동포 영화를 수집하기 위해서도 주변 여건을 검토하고 있다. 수집팀은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소중한 우리의 영화들이, 그 속에 담긴 우리의 문화와 기억과 추억들이 빠짐없이 보존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더불어 영상전문 도서관으로서 손색이 없는 영상자료실이 구축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지속적으로 다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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