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25, 2012

영화필름 현상소 순례기

2011-05-18

전통적인 방식에서 영화필름은 상영용 포지티브 필름이 현상•인화되기까지 오리지널 네거티브, 사운드 네거티브, 인터미디에이트 포지티브, 인터미디에이트 네거티브 등 다양한 필름으로 구분된다. 현재 한국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은 ‘영화필름 납본제도’를 통해 상영용 포지티브 필름으로 빠짐없이 영상자료원으로 입수된다. 그리고 다른 종류의 필름들은 제작사가 ‘위탁’의 형태로 자발적으로 자료원에 기탁하고 있다. ‘기증’과 달리 ‘위탁’은 제작사에서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료원의 수장고에 필름을 보관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현상소에 방치된 영화필름들상영용 포지티브 프린트들은 순조롭게 납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네거티브와 마스터 필름들의 ‘위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그 원인을 확인해보니 이 필름들이 각 현상소 창고에 그냥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필름들은 해외 개봉을 위해 작업을 맡겼다가 찾지 않았거나 더 이상 상업적 가치가 없어 그냥 보관해둔 경우, 그리고 현상 비용을 지급하지 못해 담보로 잡혀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현상소에 ‘방치’된 것이다. 외국의 필름 아카이브 역시 현상소에서 필름을 수집했다는 기록이 있고, 오래전 영상자료원이 그 틀을 갖춰나가기 시작한 1970년대에도 현상소와 녹음실 등을 뒤지며 자료를 수집했다고 한다.(한국영상자료원 전임 이사장인 호현찬 선생이 쓴 <한국영화 100년> 참고) 하지만 필름이 과학적이고 안정적으로 보존되는 2011년에도 이 같은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디지털 시대, 필름의 미래지난해 말부터 영상자료원은 이렇게 현상소 창고에 보관된 필름을 자료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서울현상소, 제일현상소, 영화진흥위원회 기술사업부, 세방현상소, 헐리우드현상소를 차례로 방문해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필름 목록들을 확보, 각 필름의 주인인 제작사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약 4개월간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현상소에서 인디스토리, 시네마서비스, 오퍼스픽쳐스, KM컬쳐, 씨네2000, 싸이더스 FnH, 태흥영화, 수필름, 명필름, 씨네월드, 파인하우스 필름, 바른손엔터테인먼트, 동아수출공사, 익영영화 등에서 맡겨놓은 영화필름을 자료원에 위탁받았다. 아울러 제일현상소에 보관되어 있던 외화필름도 수집했고, 헐리우드현상소로부터 다량의 영화필름도 입고되었다. 그 결과 네거 필름을 포함해 총 221편 821벌이 영상자료원에 수집되었다.
이번 현상소 보관 필름에 대한 조사 수집을 진행하던 중 헐리우드현상소가 지난 3월 말 최종 폐업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외국영화의 필름 작업을 주로 하던 제일현상소 역시 주문 물량이 많이 줄어들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들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필름 현상소도 기억의 한편으로 남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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